자가용 2000만 시대 눈앞… 주차 갈등은 증가·관련 법령은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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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2-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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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교통법·주차장법 등 공동주택 내 주차장 규제는 어려워

  • "주민 간 자체 노력 해결 우선해야… 의도적 주차 방해는 행정 조치 고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체 자동차 가운데 승용·승합차 자가용 등록대수가 2000만대에 육박한 가운데 공동주택 내 주차와 관련한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사적 공간인 공동주택 내의 주차 갈등에 대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이 어느 정도 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법적 정비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주차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된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주차 수요에 비해 주차 면적이 현저히 부족해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예를 들어 2019년 5월 서울 강서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려던 A씨는 "등록된 차량이 아니다"라며 주차관리실에서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다 자신의 차량을 주차차단기 앞에 세워 놓고 진출입로를 막았다. 비슷한 사건은 2018년 인천 송도의 아파트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은 약 7시간 동안 주차장 진출입에 불편을 겪은 바 있다.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공동주택 내 주차 갈등을 통해 살펴본 주차 관련 법령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도로교통법을 비롯한 여러 법률에서 자동차 주차와 관련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사적 영역에 설치된 주차장에서의 주차질서 확립과 특정한 주차행위를 제한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공이 이용하는 주차장에 대해서는 일부 주차행위를 제한하지만, 사적 공간인 아파트 주차장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행위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은 특정 장소에서의 주차를 금지한다. 경찰이나 시·군 공무원은 불법주차 차량에 대해 주차 방법의 변경이나 이동을 명할 수 있고 과태료, 범칙금 부과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부의 자동차 이동로나 주차장은 대부분 도로교통법의 적용 범위인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다.

1975년 제정된 주차장법은 주차장의 설치나 정비·관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차 행위나 질서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 1992년 노상주차장 부정사용이 빈번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공공 공간인 노상주차장과 달리 아파트 주차장을 포함한 부설주차장에 대한 행위 제한은 없는 실정이다. 부설주차장이 공공에 개방된 경우에만 노상주차장과 같은 조치가 가능하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차량을 도로나 타인의 토지에 방치하면 시장 등은 절차를 거쳐 해당 차량을 폐차하거나 처벌할 수 있다. 이 법률을 통해서는 아파트 주변에 방치돼 다른 차량의 주차나 이동을 방해하는 차량에 대한 견인·처벌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만만치 않다. 방치차량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2개월 이상(분해·파손돼 운행이 불가능한 자동차는 15일) 방치돼야 하며, 소유자·점유자에게 자동차 이동 요청을 해야하는 등 일정 절차가 충족돼야 한다. 즉, 갈등이 발생하는 아파트 주차장 내부나 진출입로의 차량 통행 방해를 즉각적으로 조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형법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한다. 형법은 육로를 손괴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 및 처벌한다. 그러나 이 또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주차장에서 주차나 주차된 차량의 이동을 방해하는 게 '육로'에 해당하는 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2018년 인천 송도의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 차단 사건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은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으나, 대법원 판례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시도 또한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타인의 토지 혹은 이용자가 지정된 공공주차시설에 무단으로 주차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토지 소유자 및 주차 시설 관리자의 신고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차량 이동 명령을 명할 수 있게 했다.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또한 법률안 검토보고서는 사적 영역 침해를 교통경찰권으로 금지·처벌하는 게 적절한 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차 단속 범위를 사유지로 확대할 경우 교통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 조사관은 "사유지 내 주차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의 문제이고 주차장 공급이 부족한 공동주택에서 이중주차 행위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엄격한 처벌이나 행정력을 통한 처리보다는 주민 간의 협의나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관리법은 층간소음과 간접흡연과 같이 입주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자발적 자제와 주민들이 협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뒀다. 이같은 입법례를 고려하면 타인에 방해가 되는 주차나 운전을 지양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박 조사관은 다만 "단순 주차질서의 문제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주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관련 조항을 언급했다.

그는 "이 법에서는 장애인의 주차 및 이동권을 위해 사적 공간에서도 비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거나 이를 방해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이러한 입법례를 고려해 등록된 차량을 보유한 특정인의 주차 편의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자동차를 빈번하게 주차하거나 주차질서를 과도하게 해칠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을 조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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